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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무기 보유 선언의 파장 (15)

미국쪽 억지 전략 · 북한쪽 역억지 전략의 한계

김승국 기자 (기사입력: 2005/04/25 13:58)  

1. ‘억지’의 뜻풀이와 북 · 미 심리전의 향방

‘억지(Deterrence)'는 대체로 다음과 같은 함의를 지니고 있다;
① 자신이 힘을 행사할 수 있음을 나타내면서 적이 공격을 통해서 얻는 이익보다 보복으로 입게 되는 손해가 더 크다는 것을 깨닫게 하여 일정한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② 억지란, 상대방에게 바람직하지 않은 행위를 취할 때 상대방의 가장 중요한 가치를 ‘박탈하겠다’고 위협함으로써 상대방의 행위를 멈추게 하는 것이다.
③ 상대방이 핵공격을 시도할 때 핵보복을 가하는 태세를 취함으로써 상대방으로부터 핵공격을 당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핵 ‘억지’이다.
④ 억지는 ‘공격하지 말라. 네가 공격하면 우리가 보복하겠다’는 것이다. 후자에 더욱 큰 무게를 두면 ‘싸우려면 먼저 공격하는 것이 좋고 또 그렇게 하면 보복의 위협이 없어서 유리하다’는 논리 즉, 선제공격론으로 변질된다. 이럴 경우 ‘억지’는 수비적인 개념이 아니라 공세적인 개념으로서 상대방이 얌전히 굴지 않으면 언제든지 선제 핵공격을 가하겠다는 위협이다.
⑤ ‘deter'라는 영어 단어 속에 ‘까불면 본 떼를 보여주겠다’는 위협이 내포되어 있다. 싸움을 말리는 자가 싸움 당사자 보다 더욱 큰 힘의 우위를 보이며 제어하는 경우도 억지에 해당된다. 깡패 · 조폭(조직 폭력배)들이 우람한 체격을 드러내며 상대방을 위협함으로써 상대방으로 하여금 끽소리 못하게 하는 ‘평정’도 이에 해당된다. 깡패들이 상대방의 뺨을 후려치는 폭력적인 제스처를 취하면서 분위기를 압도하는 폭력도 ‘억지’이다.
⑥ 위와 같은 ‘억지’의 일상적인 쓰임새를 국제정치에 확장한 미국이, 북한 등에 ‘깡패국가(Rogue state)’라는 낙인을 붙인 다음 깡패국가들의 뺨을 후려칠 듯한 자세 즉 북한에 대한 (핵)전쟁을 일으킬 듯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렇게 폭력적인 억지를 부리는 미국이야말로 깡패국가 · 조폭국가임을 망각하게 하는 마취제가 ‘억지’라는 말 속에 들어 있다.

억지의 영어식 풀이는 “A psychological process of influence exerted by one party on another by manipulating the latter's perception of threat, costs, and benefits. Deterrence can be accomplished by denial(of the opponent's capacity to attack successfully) or by punishment(after the fact of attack, which the opponent is incapable of preventing)”(주1)로서, 심리전의 요소가 강하게 내포되어 있다.

위의 ‘심리전’은 북한의 2.10 선언(2005년 2월 10일의 핵무기 보유 선언)에 잘 나타나 있다. 2.10 선언은 북 · 미 핵공방 심리전의 압권이다. 2.10 선언을 통해 미국이 대북 위협감을 크게 느낄수록 2.10 선언의 성공확률이 높아진다. 2.10 선언의 핵심인 ‘역억지 전략(Counter-deterrence strategy; 북한이 핵무기를 가짐으로써 미국의 공격을 억지할 수 있다는 억지 전략의 북한판; 미국의 대북 핵억지 · 핵전쟁 기획에 역행하는 逆抑止 전략)의 성공 여부는, ‘2.10 선언이 미국으로 하여금 얼마나 큰 위협감을 느끼게 했는가’에 있다.

북한이 2.10 선언을 통하여 대미 역억지력을 행사함으로써 일정한 효력을 발휘했다. 그러나 미국이 북한을 공격함으로써 얻는 이익보다 북한으로부터의 보복을 통해 입을 손해가 더 크다는 점을 미국으로 하여금 깨닫게 하여, 대북 압살책동을 중단하게 할 정도에 이르렀는지는 미지수이다. 2.10 선언에 위협감을 느낀 미국이 대북 압살정책을 포기할 정도가 되어야 북한의 역억지 정책이 성공하는데, 오히려 미국이 대북 포위망을 조밀하게 좁혀가고 있으므로 2.10 선언의 효과는 반감되고 있는 듯하다.

역억지 전략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적의 선제공격(제1격)을 받아 심한 피해를 입게 되더라도 살아남아 적에게 치명적인 손해를 줄 수 있는 보복공격(제2격) 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필요할 경우 언제든지 파멸의 위험을 무릅쓰고 반드시 이를 발동시킬 의지가 있음을 적이 인식하도록 해야 한다.

따라서 북한은 역억지 전략이 성공하기 위한 기본 조건을 채우기 위해, 미국에 치명적인 손해를 줄 수 있는 보복공격 능력을 보유하기 위해 대륙간 탄도탄과 핵탄두 개발을 향해 맹진할 것이며, 이 과정에서 천문학적인 국방비를 쏟을 것이다. 이 천문학적인 국방비는 인민의 굶주림을 희생양으로 조달될 것이다. 대미(對美) 역억지력을 위한 국방비 증액과 인민의 밥통 줄이기가 북한 핵전략(역억지 전략)의 성공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한편 핵개발에 소요될 국방비가 인민의 밥통(욕구)을 얼마나 억지할 수 있느냐가 또 다른 의미의 억지(對人民 억지)이다. 핵과 관련된 북한 정권의 입지는, 대미 역억지와 ‘인민의 창자를 줄이는 억지(對人民 억지)’ 사이에 놓여질 것이다. 인민의 창자가 북한의 핵개발 대행진을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며 저항하면 대미 역억지 전략에 중대한 차질이 빚어질 것이다.

북한 정권은, ‘핵개발에 나선 선군정치의 후유증으로 인한 경제적 고난’을 인민들이 참을 수 없는 임계점에 이르기 직전까지, 미국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기 위한 핵 능력을 배양(핵실험 · 핵무기 양산 등)할 것이다. 인민의 창자를 담보로 한 대미 역억지 전략은, 북한의 파멸 위험을 무릅쓴 극약처방이다. 이런 극약처방에 자극을 받은 미국이 대북 적대정책을 포기하고 대북 화해로 나오면 성공일 텐데...부시 정권이 존재하는 한 그런 기대는 성급하다. 바로 여기에서 북한쪽 역억지 전략의 한계를 감지할 수 있다.

앞에서 ‘한계’란 역억지 전략의 유효성 · 신뢰성의 한계를 말하는데, 이를 검증하기 위해 ‘억지 전략의 모순이 역억지 전략의 모순을 유발한다’는 점을 부각시키려한다. 가해자인 미국쪽 억지 전략의 모순이 피해자인 북한쪽 역억지 전략의 모순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가해자 측의 억지론이 한계를 갖고 있으므로 피해자 측의 역억지론도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이러한 연동효과를 심층적으로 살피기 위해 핵억지(Nuclear deterrence; 중국어 번역은 ‘核威懾’이다) 전략의 특징부터 언급한다.

2. 핵억지 전략의 한계

1954년 1월 미국의 덜레스 국무장관은 대량보복 전략을 발표했다. 이는 미국의 절대적인 핵 우위를 이용한 핵(核) 공갈 정책이었으며 미국 및 동맹국이 공격을 받을 경우 미국은 반드시 핵무기를 이용하여 적의 전략목표를 공격한다는 내용이다. 이는 미국 최초의 핵억지 전략이며 세계에서 맨 처음 출현한 핵억지 전략이다.

1) 핵억지 전략의 특징

① 핵억지 전략은 핵전쟁을 추진하는 전략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핵억지 전략은 핵실전(核實戰)을 기초로 하는 전략을 구축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일단 억지에 실패하면 실전에 돌입할 수밖에 없다. ‘핵에 의한 위협’은 핵실전의 기초 위에 있는데, 현재의 상호 감시기술 수준으로 보아 ‘위협은 될지언정 적(敵)을 놀라게 할 정도’가 되지 못하므로 억지효과를 거둘 수 없다. 따라서 핵억지 전략을 수행하고 있는 나라가 억지에 실패하면 이내 핵전쟁에 돌입하게 된다.

② 핵억지 전략의 또 하나의 특징은 징벌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데 있다.
억지 전략의 목표 · 수단은 모두 공격적임에도 불구하고 ‘억지 전략이 방어적인 것’이라고 설명한다. 핵억지 전략은 적(敵)의 공업 · 인구를 철저하게 파괴함으로써 징벌하는 것을 주요 목표로 하므로 공격적인 전략 핵무기를 배치한다. 적의 도시 · 공업을 파괴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아 공격적 핵무기를 배치하는 억지 전략은, 방어적이 아닌 공격적인 전략이다.

③ ‘방어를 통한 억지’ 전략이 더 침략적이다.
억지력이란 전쟁의 도발을 방지하는 힘, 즉 적으로 하여금 도발을 포기하게끔 만드는 억제 요인을 의미한다. 억지력은 보복 공격의 위협을 통한 억지와 방어를 통한 억지의 두 종류가 있는데, 이는 용어가 지닌 어감과는 정반대로 역설적이게도 ‘방어를 통한 억지’가 ‘보복 위협을 통한 억지’보다 훨씬 더 침략적이며 공격적인 성격을 내포하고 있다.(주2)

④ 핵억지 전략에는 선제공격의 의지가 깃들어 있다.
서방 진영의 핵 보유국가들은 핵억지 효과를 높이기 위하여 핵무기의 선제 불사용(先制不使用)을 선언할 생각이 없다. 서방 진영은 ‘핵무기의 선제 사용이 핵억지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해석한다.(주3)

2) 핵억지 전략의 문제점

① 핵억지 전략의 논리적 모순

‘억지’라고 말한 쪽에서 핵무기를 먼저 사용하면 안 된다. 그런데 ‘상대방은 혹시 어떻게 하고 있을까’라는 생각에 젖어 있는 것이 문제이다. 이런 생각에 젖어들면 어느 쪽이든 핵무기로 먼저 공격할 가능성이 커지고, 자신의 핵전력으로 상대방을 억지해야 한다는 논리를 서로 내세우기 십상이다. ‘스스로는 100% 현상유지하고 있는데 상대방은 현상유지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하는 두 나라가 병존할 수 있다. 상호 억지라는 관계가 병존할 수 있기 위해서는 두 나라의 입장을 호환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실제로 서로의 입장을 호환하기 어려우며 이 때문에 핵억지 전략의 논리와 현실 사이에 괴리가 생긴다.
만약 많은 나라들이 자기네 나라의 안전보장을 위하여 핵무기를 보유한다면 세계는 매우 위험한 상태에 빠진다. 바로 이 때문에 미국 · 소련은 (프랑스 · 중국의 핵보유를 문제 삼지 않은 채) 다국간 핵확산 금지조약(NPT) 체제를 만들어 냈다.
NPT는 누가 보더라도 지독히 차별이 많은 조약이며 모순투성이 이다. 핵 강대국의 핵 억지론에 따르면, 분쟁의 소용돌이에 빠진 중동의 조그만 나라도 ‘이웃나라의 침략을 억지하기 위하여’ 핵무기를 보유 · 사용할 수 있다.(주4)

② 억지의 신뢰성 · 유효성 결여

억지가 작동되기 위하여 침략자는 ‘억지력이 사용가능하며 실제로 사용될 수 있는 것이며 사용될 경우 효과적이다’는 보증을 해야 한다. 더욱이 억지하는 측은, 그 戰力의 사용이 자기 자신에 비극적인 결과를 가져오지 않도록 합리적인 이유를 댈만한 자신이 있어야한다. 그러나 실제로 보복적인 제2차 공격의 능력을 가진 敵에 대한 핵 위협이 신뢰성을 갖게 하는 일은 매우 곤란하다. 신뢰성 있는 사용 없이 신뢰성 있는 위협은 없다. 물체 없는 그림자가 없고, 현금 지불 없는 신용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주5)

적이 아군의 군사적 위협을 심각하게 느낄 때 억지의 신뢰성(credibility) · 유효성이 생긴다. 이 신뢰성은 군사력에 머물지 않고 적의 정책결정 과정 등 많은 비군사적 · 非數量的인 요인에 의해 생긴다. 억지의 성격이 근본적으로 불명확 · 불안정한 이유도 여기에서 비롯된다.

핵무기는 공포의 비인도적인 무기이지만, 존재하는 것만으로 억지력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사용될 수 없다고 생각되면 그 핵무기는 종이 호랑이에 지나지 않아 놀랄 필요가 없다. 핵억지력이 유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사용되어, 핵전쟁에서 승리의 가능성을 추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를 추구하기 위해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할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핵억지력의 유효성을 높이기 위해 일반적으로 ‘핵에 의한 대도시 공격 전략’을 세워놓는다. 북한이 최악의 상황으로 몰리면 핵무기로 서울을 파괴하는 전략을 세울지도 모른다. 이러한 전략이 추정된다면 민족간의 상호학살도 내정되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또한 남북간의 핵군확 경쟁이 예상되는데(주6), 이러한 경쟁은 우발 핵전쟁의 요인을 제공한다. DMZ 부근의 우발적인 충돌이 우발 핵전쟁으로 번질 수도 있다. 바로 이 점에서 북한쪽 역억지 전략의 신뢰성 문제가 생긴다. 북한이 남한을 향해 핵무기를 발사하지 않으리라는 신뢰성이 깨질 우려가 있다는 말이다.

3) 핵 억지전략의 역기능

① 핵억지 전략으로 전쟁 · 분쟁을 예방할 수 없다
인도 · 파키스탄 양국은, 핵보유를 추진하면서 ‘전쟁에 대한 효과적인 억지를 낳았다’고 자만했다. 실제로 양국의 핵무기가 한정적인 통상(通常; 재래식)전쟁을 실행하기 위한 것이라는 이유를 붙였다. 그런데 한정(限定) 통상전쟁은 극도의 오산과 패배를 계기로 핵전쟁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인도와 파키스탄의 가까운 거리가 우발적인 핵전쟁 · 방사성 낙진의 위험성을 더욱 심각하게 할 것이다. 인도 · 파키스탄 보다 지리적으로 더 밀착되어 있으며 더욱 적대적인 한반도의 경우는 우발 핵전쟁 · 방사선 낙진의 위험도가 훨씬 높다. 그러므로 핵억지 전략으로는 전쟁 · 분쟁을 근원적으로 예방할 수 없다.

② 전쟁 유발 계수 높아져 오히려 전쟁을 유발한다.
핵 억지론은 미 · 소간의 적대와 불신 관계를 영속화했다. 인도 · 파키스탄 사이에서도 동일한 역할을 목격하고 있다. 억지는 정치적 관계의 악화, 공포 · 증오의 확대를 방지하지 못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것들을 필요로 했다. 그리고 이 공포와 증오이야말로 우리들을 전쟁으로 끌어들이기 쉽다.
억지론은 방지 · 징벌수단을 억지로 이끌어냄으로써 비정치적인 스타일을 육성하고 교섭을 신용하지 못하게 하며, 타협을 약화시켰다. 그리하여 적의를 가진 억지 관계는 의외의 결과를 낳는다. 인도 · 파키스탄이 직면하고 있는 현실이 이를 반증한다. 생존할 수 있는 제2 공격능력을 갖는데 쌍방이 성공하더라도 양국은 악몽에서 벗어날 수 없다. 카시미르를 에워싼 전쟁 위험이 상존하기 때문이다. 억지와 도발 사이에는 미묘한 선(線)만 있을 뿐이다. 정상적이며 평화로운 조건에서 안정된 억지력으로 받아들여진 戰力도, 궁극적인 가치가 위험에 빠지는 위기에 놓이면 상대방의 의식 속에서 도발로 전환된다.(주7)

억지는 우발적 핵전쟁이라는 ‘영구히 계속되는 위협’이기도 하다. 억지력은 핵확산과 더불어 단계적 확대경쟁을 유발한다. 핵전력이 방위체제의 결정요인 · 억지력인 한 핵실험은 계속된다. 핵실험은 핵확산을 용이하게 한다. 핵억지 정책이 계속되는 한, 최대의 위험은 핵확산의 유발이다.

③ 불량국가의 대량파괴 무기를 억지할 수 없다.
억지전략은 미 · 소가 서로 ‘상대방이 핵무기를 합리적으로 관리할 것이라’는 기대에서 출발했다. 이러한 기대 속에서 그나마 ABM(Anti-Ballistic Missile)조약-핵군축(SALT · START)- NPT 체제가 만들어져 ‘냉전 속의 박빙의 평화’가 유지되면서 열전(핵전쟁)을 예방했다. 그러나 탈냉전 시대에 들어와 ‘불량국가’들의 대량파괴무기(핵무기, 생 · 화학 무기) 보유 문제가 국제화되면서 억지전략이 잘 먹혀들어가지 않게 되었다. 와다 하루끼 교수가 북한을 ‘유격대 국가’라고 평가했듯이, 북한 등 (부시가 말하는) 불량국가들은 자국을 위압하는 미국과의 전략 코드를 맞추지 않기 위해(주8) 게릴라 전법 · 저강도 전쟁 정책의 바탕 위에서 외교 전술을 구사한다. 북한의 벼랑끝 외교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불량국가들이 생존을 위한 벼랑끝 외교전술을 사용하는 바람에 미국 마음대로 불량국가들의 족칠 수 없다. 여기에서 ‘족칠 수 없다’는 말은, 불량국가들의 핵무기 · 대량파괴 무기의 보유 요구를 미국 마음대로 억지할 수 없다(억누를 수 없다)는 것을 뜻하며 이에 대한 대안으로 나온 것이 미사일 방어망(MD)이다. 즉, 불량국가의 대량파괴 무기 개발을 기존의 무기체계로 저지할 수 없으니 MD라는 대안이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앞으로 펜타곤 등에서 "북한 같은 청개구리를 때려 잡을 수 있는 수단은 'MD'라는 몽둥이 밖에 없다"는 선전을 계속하면서 MD 관련 예산을 증가시키는 방편으로 이용할 것이다.(주9)

다른 각도에서 말하면, 2.10 선언이 '궁지에 몰린 MD개발'의 구세주(?) 노릇을 하고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북한 당국은 2.10 선언이 'MD 군비확장'의 효자노릇을 뜻하지 않게 하고 있는 역설에 주목해야 한다. 2.10 선언이 (한반도 주변의 MD) 군비확장으로 이어짐으로써 한반도 평화통일의 불효자가 되는 '의외의 사태'에 북한 당국이 유의하길 바란다. 남한의 찬핵 민족주의자들도 '북한 핵무기와 MD의 퇴행적인 변증법'에 주목하면서, 자신들의 지론이 오히려 한반도의 평화통일에 역행할 수 있음을 명심하기 바란다.

한반도의 상공에 펼쳐진 '미국-중국-러시아-북한 핵우산 망(網)'의 교차 때문에 평화통일의 전망이 불투명한 상태에서 MD 網까지 겹쳐지면 군사적인 측면에서 평화통일은 물 건너갈지 모른다. 이런 측면에서 '북한 핵무기와 MD의 퇴행적인 변증법'은 민족통일의 신종 위기를 예고하고 있다. 찬핵 민족주의자들이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으면 안을수록 이 신종 위기의 예고 사이렌이 더 크게 울리고 있음을 직시해야할 것이다.

④ 새로운 핵보유국에 대한 설득력이 없다.
인도 · 파키스탄 · 북한 등의 새로운 핵보유국에 대한 억지 논리는, ‘5대 핵강국의 핵무기 독점이야말로 핵확산을 정당화시켜주는 근거’라고 대드는 인도의 수사법 앞에서 설득력을 잃는다. 북한 역시 인도와 유사한 수사법을 사용할 것이므로 북한에 대한 미국의 억지론은 설득력을 상실할 것이다. 따라서 5대 핵강국은 인도 · 파키스탄 · 북한의 핵보유에 관하여 이미 자기들끼리 그랬던 것처럼 기정사실로 추인하는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⑤ 제3세계 반미 빈곤국에는 핵억지 전략이 통하지 않는다.
북한 등과 같은 제3세계 반미 빈곤 국가들에게 핵억지 전략이 관철되지 않는다. 미국과 싸워도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이들 나라들이 이판사판으로 핵무기를 개발하면서 미국에 대들기 시작하면 손사래를 칠 수밖에 없다. 이는 북한 핵보유 선언에 대하여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는 미국 쪽의 '딜레마(dilemma)'를 대변한다.

북한이 이러한 딜레마의 사각지대를 비집고 2.10 선언을 했으나 북한에게도 딜레마가 존재한다. 북 · 미간에 딜레마를 주고받는 상황 속에서, 억지-역억지 전략의 변증법적인 작용을 발견할 수 있다. 즉 미국쪽 억지전략을 These(正 命題)라고 상정하면 이 These의 모순(허점)을 간파한 북한이 2.10 선언이라는 Anti-These(反 命題)를 발표했다. 그런데 이 Anti-These마저 모순(한계)을 안고 있으므로 비핵 지대화를 통해 Syn-These(合 命題)를 발견해야한다.(주10)

이러한 구조를 명확히 파악하기 위해 북한쪽 역억지 전략의 한계(모순)를 규명하는 게 의미 있는 일이다.

3. 북한쪽 역억지 전략의 한계

본래 억지 개념은 이성적이고 분별력이 있는 敵을 전제로 한 것인 바, 피해 망상증이 걸린 체제 · 과격주의자 앞에서는 효력을 잃는다. 미국은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이 피해 망상증에 걸린 과격주의자이므로 김정일 정권이 핵무기를 가지면 안 된다고 판단하고 있다.(주11) 이런 측면에서 미 · 소간의 상호 억지 체제를 북 · 미간에 기대할 수 없다. 미국의 대북 억지와 북한의 대미 역억지 사이에 호환성이 전혀 없다는 이야기이다. 호환성이 전혀 없다는 말은 북 · 미간의 첨예한 군사대립을 예고한다.

북한의 지도자 · 의사결정 과정 · 위기의 허용도 · 위협감각 · 목표 · 가치관 · 결의 · 개인(김정일 위원장) 특유의 행동 가능성 등에서, 미국의 행태와 너무나 차이가 크게 나므로 ‘억지의 신뢰’가 형성될 수 없다. 이 점이 북한 핵문제를 꼬이게 만든다. 특히 미국(미국은 테러리스트의 손에 핵무기가 쥐어지는 것을 가장 두려워한다)은 북한을 테러리스트 집단으로 간주하므로,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면 테러국가가 핵무기를 보유한 꼴이 된다고 생각한다. 또 핵무기를 동원하더라도 테러리스트를 억제할 수 없으므로 북한이란 테러집단의 핵무기 보유는 지구촌의 재앙이라고 판단한다.

1) 억지의 한계가 역억지의 한계로 이어짐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미국이 억지논리를 북한에 억지로 내리먹일 수 없는 미국의 무력감은 ‘2.10 선언에 대한 뾰족한 대책이 없음’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미국의 억지 논리가 먹혀 들어가지 않는 상황은, 북한에 대해서도 역작용으로 나타난다.

북한이 제아무리 미국과 사생결단을 하기 위해 핵무기를 보유하게 되었노라고 국제적으로 호소해도, 핵무기의 억지력 · 정치적 효력이 한물 간 탈냉전 시대의 흐름을 역류시키지는 못할 것이다. 핵무기 보유 · 핵확산을 ‘필요악’으로 지지 · 용인했던 냉전시대의 여론이 냉전 종결과 함께 약화되어 ‘불필요’쪽으로 기울고 있기 때문이다.(주12)

핵억지 전략의 가해자이자 억지논리의 발신지인 미국에서 억지력이 작동되지 않으므로, (미국의 억지력에 역행하기 위해 만든) 북한 핵무기의 역억지(逆抑止; counter-deterrence) 역시 힘을 받지 못할 것이다. 이러한 '억지-역억지의 상호퇴행 작용'을 눈여겨보면서 (선차적으로 미국의 핵무기 · 핵전쟁 위협을 제거한 다음에 북한의 핵보유를 차단하는) 비핵화 · 비핵지대화 운동을 전개하는 게 바람직하다.

2) 2.10 선언의 역억지 효과에 의문

2.10 선언은 미국을 향한 핵억지의 심리전에서 큰 재미를 못보고 있다.(주13) 미국은 북한의 핵개발을 종이 호랑이로 보는데 반하여, 북한은 미국의 핵무기 · 핵전쟁 움직임에 전율하는 비대칭적인 구도 속에서 2.10 선언을 했다.

2.10 선언이 지니고 있는 이러한 ‘비대칭적 核軍事化의 역설(Paradox)' 때문에 미국이 안달하지 않는 것이다. 미국이 크게 당황하여 안절부절 못한 채 대북 위협감을 가져야 성공하는데, 부시 정권은 느긋하게 “너희들 해볼 테면 해봐라”며 무시하고 있다. 오히려 북한이 핵무기 보유를 선언함으로써 미사일 방어망(MD) 개발의 명분을 확실하게 제공하고 있다. 최근 MD 실험 실패로 펜타곤의 입장이 난처해졌는데, 이를 만회할 기회를 북한 스스로 제공하고 있다.

북한의 핵무기가 미국의 재래식 무기체계 · 핵무기 체계 · 병참체계 · 지휘통제 시스템 · 전쟁산업을 크게 타격할 정도가 되지 못함을(주14) 미국이 잘 알고 있으므로, 2.10 선언을 무시하고 있다.

핵의 위협을 받는 측이 위협을 무시하고 상대하지 않으며 핵억지의 규칙(Game rule)을 수용하지 않는 한, 결코 그 효과를 이끌어낼 수 없다. 핵억지 전략은 상대방의 핵전력을 파괴할 능력을 갖춰야 효과가 큰데, 북한의 핵무기는 아직 그 정도가 되지 않아 미국이 놀라지 않는다. 오히려 북한 쪽에서, 미국을 놀라게 하고 미국의 핵전력에 더 큰 타격을 줄 만큼의 핵무기를 개발해야 한다는(프랑스 · 중국처럼 2백발 이상 보유) 강박감만 갖게 되어 있다. 이 강박감에 따라 더욱 정교한 핵무기를 대량생산하기 위해 핵실험을 거듭하다가 북한 경제가 거덜 나게 되어 있다.

미국은 적대국과 (핵)전쟁 놀음을 벌리며 적대국의 체제를 붕괴시키는 솜씨를 보유하고 있다. 소련이 미국과 ‘SDI(별들의 전쟁) 군비확장’을 벌인 끝에 멸망한 사례의 재판이 북한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2.10 선언을 통한 대미 위협 증가가 미국의 대북 위협과 등가를 이루어야 성공하는데, 미국은 위협감을 느끼기는커녕 대북 포위망을 더욱 좁히거나 대북 (핵)전쟁 계획을 더욱 정교하게 짤 궁리만 하고 있다.

2.10 선언에 대한 남한 국민의 반응 역시 시큰둥하다. 한국 사회여론 연구소가 2월 15일 실시한 2.10 선언과 관련된 여론조사 결과에 의하면 ‘북한의 핵무기 보유 선언에도 불구하고 불안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가 58.9%, ‘불안하게 생각한다’가 40.2%로 나타났다.(주15) 이는 남한 국민의 핵무기에 대한 불감증이 반영된 것일 수 있으나, 2.10 선언이 남한 국민에게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결과임을 부인할 수 없다.

남한 국민들이 2.10 선언에 불안을 느끼기는커녕 2.10 선언 직후에 오히려 주식시장이 활성화되었다. 남한 국민의 동요가 없다는 것은, 2.10 선언을 ‘늑대와 소년의 이야기’ 처럼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많다는 반증이라고 역설적으로 말할 수 있다. 원래 극비로 핵실험을 준비하다가 전격적으로 핵실험을 감행한 다음에도 핵무기 보유 능력을 숨김으로써 상대방에게 공포심을 더욱 크게 주려는 게 억지전략의 기본이다.

이런 측면에서 북한처럼 억지력의 손바닥까지 보여주는 것은 슬기롭지 못한 행동이다. 불투명하면 할수록 억지의 효과가 크다. 핵무기의 유무에 관하여 확인도 부정도 하지 않는 NCND(Neither confirm nor deny) 정책을 펼치는 이유는 그 것이 억지 전략과 깊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북한은 핵보유 선언 이전부터 “우리는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말을 남발함으로써, 2.10 선언에 따르는 공포심이 약화되었다. 그만큼 역억지의 심리적 효과가 약화되었다.

그리고 남한에 대한 ‘공포의 균형’을 유지해야 역억지 전략이 성공하는데, 남한 군부는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선언했어도 미동조차 하지 않는다. 북한의 핵무기 보유에 겁을 먹지 않기 때문이다. 남한 정부가 북한의 핵보유 선언을 커다란 위협으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남한 군부가 “우리도 핵무기를 만들어야한다”고 떠벌여야 공포의 균형이 유지되는데, 2.10 선언을 ‘미국과의 협상용 핵게임 · 핵공갈 작전’ 정도로 폄하하니 공포의 균형을 이룰 수 없다. 남한 군부는 이미 ‘북한이 체제경쟁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북한이 제아무리 핵무기를 만들어도 한미연합 전력(戰力)과 어깨를 겨눌 수 없다고 판단하므로, 남한 쪽에서 공포의 균형을 이루겠다는 의지가 나올 수 없다. 이는 북한쪽 역억지 전략이 크게 성공하고 있지 못함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미국 정부 · 남한 군부는 북한의 역억지 전략이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점을 감지하고 북한이 핵무기 체제로 자폭하는 순간만을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이처럼 억지 전략을 구사하는 상대방이 느끼는 위협감이 적으면 역억지 전략은 실패하게 된다.

한편 억지력을 확보하기 위한 핵무기 제조비용이 억지전략을 통해 얻는 이익보다 클 경우 실패하게 되어 있다. 북한의 경우 인민경제의 활성화 · 인민들의 복지를 위해 써야 할 돈을 핵무기 만드는데 썼으므로, 역억지력이 극대화되어야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다.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면 비용 對 효과의 측면에서도 실패작이 될 것이다.

더 나아가 2.10 선언이 역억지의 효과 보다 한반도에 전쟁공포를 안겨 주었다면, 이는 평화통일의 장해물로 작용할 것이다. 북한의 핵무기가 평화통일의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북한이 핵무기를 고집하는 限, 평화통일의 촉진자가 되지 못한다는 역설이 성립될 수도 있다. 자주 · 평화 · 통일을 위해 핵무기를 개발했다는 선전이 무색해질 수 있다. 그 이유는 북한의 핵무기가 한반도에서 나선형 (핵)군비경쟁을 촉진함과 동시에 동아시아에 핵도미노 현상을 초래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4. 맺는 말

핵무기의 제거를 통해서만 민족 구성원의 평화적인 생존권(생명권)을 궁극적으로 지킬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가장 근본적인 장애는 핵무기 · 핵을 통한 억지-역억지 논리이다. 이 논리 앞에서 ‘핵무기가 자주(탈미) · 평화 · 통일의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견해는 빗나간 역설이다. 오로지 비핵 지대화가 탈미 · 자주 · 평화의 무기가 될 수 있다. ‘비핵 지대화+(영세) 중립화+미군철수 운동의 3위1체’로 탈미 · 자주 · 평화의 길을 찾아야 하는데, 미국 · 북한의 핵무기가 가장 고약한 걸림돌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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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주1) Lester Kurtz 편『Violence, Peace, & Conflict』제2권(San Diego, Academic Press, 1999) 591쪽.

(주2) 임헌영 「멜로스인의 복수」『문학과 경계』3호(2001년 겨울) 39~40쪽.

(주3)『軍事民論』제50호, 108~110쪽 참조.

(주4)『軍縮問題資料』(1989년 3월호) 16~17쪽 참조.

(주5) Robert Green 지음/ 梅林宏道 옮김『檢證「核抑止論」(원제; The Naked Nuclear Emperor)』(東京, 高文硏, 2000) 69쪽.

(주6) 남한 정부가 핵무장을 하지 않더라도, 남한의 지상 · 해상 · 공중에 배치된 미국의 핵무기와 북한 핵무기의 경쟁이 예상된다.

(주7) Robert Green『檢證「核抑止論」』73~75쪽 요약.

(주8) 이들 국가들이 코드를 맞추지 않기 때문에, 미국은 불량국가들이 옛 소련처럼 합리적으로 핵무기를 관리할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 기대하지 않기 때문에, 미국은 불량국가들의 대량파괴무기 보유의 씨앗부터 제거해야 한다는 명분을 앞세워 이라크 전쟁에 이은 이란 · 북한과의 전쟁을 예비하고 있다.

(주9) 6자회담의 전망이 불투명해져 가는 가운데, 북핵 문제를 미국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MD] 개발을 정당화하기 위한 논리에 이용하려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미국 조지마샬 연구소의 제프 쿠에터 소장은 2005년 3월 29일자 『보스턴 글로브』지 기고문을 통해 "최근 북한이 보여준 행동으로 볼 때 미사일 방어 체계의 필요성에 대해 더 이상 의심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면서 "북한의 대량살상 무기와 장거리 탄도 미사일로부터 미국 본토를 지키기 위해서는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신속하게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쿠에터는 또 "인공위성을 이용한 요격 시스템이 가장 효율적인 방어체계"라면서 "문제지역[한반도]의 상공에 위성 요격 시스템을 집중하여 발사단계에서부터 미사일을 격추시키는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내일 신문』(2005.4.1)>

(주10) 2.10 선언의 ‘비핵화 준수’ 언급은, 북한이 한 · 미 동맹과 함께 Syn-These에 입문할 의지가 있음을 천명한 것이다. 2.10 선언대로 북한-한 · 미 동맹이 비핵화 준수를 통해 Syn-These에 입문하면, 비핵지대화의 영역에 들어갈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주11) 미국의 군사 지도자들은 백인들만이 핵무기를 잘 관리할 능력이 있다는 인종주의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 과거의 적인 소련은 백인 사회로서 행동의 예측이 가능한 ‘이성적인 적’이었으나, 북한 등의 불량국가들은 ‘비이성적인 적’이므로 핵무기를 보유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유색인종 그것도 반미적인 유색인종인 북한사람들이 핵무기를 가지면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른다는 원초적인 불안감을 미국의 지도부가 갖고 있다. 미국과 소련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핵무기의 오발에 대비한 경고 · 상호통보 · 위기관리 시스템을 갖췄으나, 북한에는 그런 시스템이 없고 북한과 함께 위기관리 시스템을 갖출 만한 신뢰형성이 전혀 이루어질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주12) 따라서 이런 국내외의 여론을 무시하고 북한이 필연적으로 핵무기를 보유해야한다고 우기며 한반도의 정세를 더욱 냉전 쪽으로 이동하게 하는 찬핵 민족주의자는, 냉전시대가 그리운 극우 민족주의자들과 색깔만 다른 냉전주의자요 ‘好核(핵이라는 폭력을 좋아하는) 파시스트’라고 혹평할 수 있겠다.

(주13) 북한이 핵보유 선언이라는 강도 높은 카드를 꺼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관심을 끌어 들이는 데는 실패했다. 바로 며칠 전 펜타곤으로부터 중국문제에 대한 자문요청을 받고 워싱턴을 다녀왔다고 소개한 한 중국문제 전문가는 ‘앞으로 북한의 핵공갈 정책은 더 이상 미국의 관심을 끌지 못할 것’이라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그 이유를 묻자, ‘중국 때문’이라고 했다. "북한의 핵 보유 선언에 대해, 북한을 가장 잘 알고 있다는 중국정부조차도 북한 발언을 믿지 않고 있으며, 북한의 핵보유 발언이 과장된 공갈정책의 일환이라는 중국 측의 평가와 분석이 그대로 워싱턴에 전달되었기 때문에 미국은 북한의 핵보유 선언에 커다란 반응을 나타낼 필요가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는 게 그의 전언이었다. 그리고 그 결과 북한은 미국의 관심을 끌어 들이는 데 실패할 수밖에 없었으며, 그렇기 때문에 북한의 입장에서는 보다 초강수라 할 수 있는 미사일 발사 카드를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그는 그러나 "북한의 대포동 2호의 사정거리가 4천3백~6천km란 점을 들어 북한이 만일 현재 우리가 대화를 나누고 있는 이곳 미국 서부 로스엔젤레스와 알레스카를 향해 미사일 발사 시험을 재개한다면, 이는 곧 한반도와 동북아의 상황이 예측하기 힘든 그 어떤 우발적 사태로 전개될 수 있다"면서, "미국을 향한 북한의 미사일 발사시험은 그 자체만으로도 북한 스스로가 미국과의 전쟁선언을 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장성민 「미-중은 북핵보다 일본의 핵무장 우려」『프레시안』(2005.3.7)>

(주14) 중국 · 프랑스처럼 한정 억지(limited deterrence) 전략에 따라 400발 안팎의 핵무기를 갖고 미국에 대항해야 미국이 놀라지 북한처럼 핵무기 한두 발로 미국을 위협한다면 비웃을지 모른다.

(주15)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는 여론조사기관인 TNS에 의뢰해 2005년 2월 15일 전국의 성인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전화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3.7%)를 실시한 결과 북핵 문제 해법에 대해 ‘대북특사 파견, 남북정상회담 등 북한을 설득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응답이 74.7%에 달했다고 2월 17일 밝혔다. 반면 ‘경협동결, 경제제재 등 북한을 압박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응답은 22.8%에 그쳤으며, 한나라당 지지층에서도 설득론이 68.8%로 압박론(30.7%)보다 배 이상 높았다. 북핵 사태에 따른 안보 불안감을 묻는 질문에 대해 ‘불안하지 않다'는 응답자는 58.9%로 ‘불안하다'는 답변 40.2% 보다 많았다. ‘불안하지 않다'는 응답은 40대 이하와 고학력, 고소득층, 화이트칼라층에서 많았던 반면, ‘불안하다는 응답'은 50대 이상 고연령층과 저학력, 저소득층 등 서민층에서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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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는 평화 활동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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