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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백서, 미국 것인지 우리 것인지...

강정구 기자 (기사입력: 2005/05/24 22:00)  

미국 것인지 우리 것인지 가늠하기 힘든 '2004 국방백서'

무릇 모든 사회현상에 대한 분석과 진단은 종교와 같은 맹목적 믿음이나 주관적인 희망사항에서 벗어나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경험적 사실에 의해 검정되고 평가되는 과학적 방법론을 요구한다.

콩트(A. Comte)가 인류사회나 지식세계는 맹목적 믿음과 같은 공상적 정신의 지배인 신학적 단계에서 추상적 정신의 지배인 형이상학적 단계로, 다시 실증적 정신의 지배인 과학적 단계로 진화하면서 발전해 왔다고 이미 19세기에 지적했다.

이렇듯이 사회현상의 분석에서 과학적 접근은 가장 초보적이고 본질적인 것이다.

중세기 신학적 단계에 머물고 있는 21세기(?) 국방백서

그러나 21세기인 2005년 벽두에 출간된 '2004 국방백서'는 이러한 기초조건마저 충족시키지 못하는 수준이다. 그야말로 콩트가 이야기 하는 맹목적 믿음에 지배당하는 신학적 단계인 중세기에 머물고 있다. 이 맹목적 믿음은 대미 추종주의와 냉전주의라는 이데올로기에 빠진데서 비롯되어 객관성과 신뢰성을 완연히 상실했다.

세계사적으로는 탈냉전을, 민족사적으로는 평화·통일시대를 맞이한 현 시대사적 요구를 거역한 반역사적인 국방백서가 환골탈퇴하지 않으면 이러한 민족사적 흐름에 걸림돌만 될 것이다. 물론 참여정부가 표방하는 자주국방, 동북아균형자전략, 전략적 유연성 등 일련의 대미 자주정책 또는 한반도 생존전략도 위기에 처할 것이다. 이는 미래한미동맹이란 이름아래 추진되고 있는 침략역외동맹으로 한미관계가 변환되어 미국과 주한미군 때문에 ‘제2의 청일전쟁’이나 ‘제2의 분단’으로 강제될 민족사의 파행으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이러한 흐름을 그냥 둘 수 없어 사상 처음으로 민간진영에서 국방백서를 비판하는 공식적인 학술토론을 5월 30일 국회헌정기념관에서 열기로 했다. 이 글도 그 발표문 가운데 일부이다. 도대체 상대적 자주성을 추구하고 있는 참여정부의 국방백서가 미국의 국방백서인지 우리 민족의 국방백서인지 가늠하지 못할 정도다. 이는 많은 독자들의 알권리와 판단이 필요할 것 같아 소개하기로 했다. 노 대통령이 미국사람보다 더 친미적인 한국의 이른바 잘 난 사람들 때문에 힘들고 어렵다는 속앓이 병의 일단을 되새기면서 읽어보기를 권장한다.

국방백서는 총체적 새판짜기로 거듭 나야

국방정책은 어디까지나 전반적인 국가정책에 종속되는 하위범주로서의 위상을 갖는다. 참여정부의 국가정책은 ‘평화번영정책’과 ‘평화체제구축’이다. 이는 지구촌이 맞은 탈냉전시대와 한반도에 도래한 평화·통일시대라는 시대사적 흐름에 걸맞으면서 민족사적 요구에 부합되는 정책이라 볼 수 있다. 따라서 국방백서는 모름지기 우리의 민족사적 핵심과제인 평화와 통일에 역사 순응적으로 결합되는 것이어야 한다.

국방백서 역시 94년부터 국방목표를 “외부의 군사적 위협과 침략으로부터 국가를 보위하고 평화통일을 뒷받침하며, 지역의 안정과 세계평화에 기여한다”로 설정하고 있다. 여기서 “‘평화통일을 뒷받침 한다’ 라 함은 한반도에서 전쟁을 억제하고 군사적 긴장완화 및 평화정착을 이룩함으로써 평화적 통일에 기여함을 의미한다”(48쪽)라고 표방하고 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이제까지 대부분의 국방백서는 민족의 핵심과제인 평화와 통일에 뒷받침이 되는 장기적 국방정책이나 국방전략을 제시하기는 커녕 오히려 미군 주둔을 정당화 하여 민족자주를 훼손하고, 북한을 주적으로 삼고 적대의식을 고취함으로써 통일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안보불안론과 군비경쟁을 부추겨 평화를 저해해 왔다. 냉전주의, 맹목적 대미(對美) 추종주의, 숭미(崇美) 자발적 노예주의, 공미(恐美) 자폐주의 등에 매몰되고 또 민족이나 국가보다 조직자체의 이기적 목적 하에 근거 없는 허구적 안보불안론을 부추기거나 사실을 왜곡해 왔기 때문이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허구적 안보불안론에 주눅 들어 무슨 일이든지 간에 안보문제에 연결시키기만 하면 개혁세력들은 무조건 어깨를 움츠리고 뒤로 물러서 왔다. 이 결과 국방과 군 분야의 대내적 개혁과 대외적 자주가 끊임없이 중단되고 짓밟혔다.

냉전분단시대 내내 남북 대결구도를 조장해 화해와 협력 및 평화와 통일의 길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어 왔던 이들 군사안보 분야는 이제 탈냉전과 평화와 통일이라는 새 시대를 맞아 공고화된 구각을 깨고 역사 순응적인 새로운 체제로 변환되어야 한다. 곧 새판짜기로 거듭 나야 한다. 안보관에 한정해서 그 문제점을 들추어내겠다.

우리식은 없고 미국식 안보관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세계안보관

국방백서는 세계안보를 위협하는 요소로 국제테러와 대량살상무기(WMD)확산, 영토·종교·자원·환경·민족 문제 등으로 인한 지역불안정성과 국지분쟁, 국제범죄·해적행위·불법난민·사이버 테러 등의 초국가적이고 비군사적인 위협, 자연재해·AIDS 등 수많은 안보위협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안보인식은 탈냉전과 9·11이후 등장한 미국식 안보관의 전형이다.

이는 첫째, 지구촌 수준에서 가장 큰 안보위협은 뭐니 뭐니 해도 국가 간 전쟁에 의한 안보위협이지만, 국방백서는 다양한 종류의 안보위협 요소를 병렬적으로 나열해 국가 간 전쟁위협인 안보위협과 불안요소를 의도적으로 축소·외면하고 있다.

아프카니스탄전쟁, 이라크 전쟁, ‘악의 축’ 전쟁위협, 신군사전략에 따른 ‘선제공격전략’과 ‘정권교체전략’ 등이 대부분 국가 간 안보문제로 발생하는 것으로 지구촌 안보위협의 핵심요인임은 어느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국가 간 전쟁은 인권 가운데 인권인 생명권을 집단적으로 박탈하기에 최대·최악의 안보침해요소이다. 이를 축소하거나 외면하는 것은 지구촌 안보위협의 핵심을 외면하는 것이다.

둘째, 지구촌의 안보에(전쟁의 부재라는 의미의 안보) 대한 위협을 자행하는 주범인 미국의 패권주의에 관한 논의가 전무하다. 침략전쟁, 선제공격론, 정권교체론, 핵무기 선제공격론, 미사일방어체제(MD)와 소형핵무기 개발 등을 통한 군사적 세계지배 기도, ‘악의 축’ 설정, ‘민주주의 증진법’ 등으로 자행되고 있는 침략위협, 2,800억 달러에서 4,000억 달러로 급팽창한 미국의 군사예산, 세계군사비의 50%이상을 점유하면서도 끊임없이 자국 안보위협론을 제창하며 이를 빌미로 군사적 개입을 자행하려는 군사제일주의 외교기조 등이 세계안보의 제1위협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국방백서는 맹목적 대미 추종주의에 빠져 침묵하고 있을 따름이다.

물론 남한 사회의 기성주류가 대미 자발적 노예주의, 맹목적 대미 추종주의, 냉전주의, 자폐주의에 매몰되어 있기에 국방백서 혼자서만 이에서 벗어나기 힘든 구조적 제약이 있다는 것은 인정한다. 또한 국방백서의 특성 상 주변 나라를 자극하지 않고 애매하게 서술해야 하는 점도 인정한다. 그렇지만 이를 인정하더라도 기성주류 가운데 외교·국방 고위관료들이 가장 앞서서 추종주의와 노예주의의 첨병 역할을 해 왔고, 또 이 글이 반민족적인 구조적 제약자체를 문제시하기 때문에 이런 제약조건에 상관없이 비판을 가할 수밖에 없다.

셋째, 제3세계 대량살상무기 증가와 확산에 대한 왜곡이다. 소형핵무기, 무인전투기 등 새롭고 가공한 무기 개발을 주도하는 미국과 이스라엘 등 친미국가, 강대국의 돈벌이용 대량살상무기(WMD) 생산과 확산은 쟁점화 하지 않으면서, 미국의 선제공격과 정권교체 위협에 대응해 자기안보용으로 추진하려는 국가들의 대량살상무기 개발 가능성을 중요 안보위협 요소로 보고 있다. 이는 같은 WMD라도 미국 것은 괜찮고 미국에 적대적인 제3세계 것은 안보위협이 된다는 이중 잣대로 객관성을 상실한 평가이다. 단적으로 조작된 미국식 안보관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인식이다.

넷째, 미국식 안보개념의 전적인 수용으로 지구촌 안보위협의 본질을 희석하고 암묵적으로 미국의 패권을 지지하는 안보인식이다. 테러와 WMD, 초국가적 비군사적 위협을 안보위협으로 내세우면서 지구촌 최대 안보침해문제인 국가 간 전쟁의 부재를 등한시하는 것은 미국 등 전통적인 국가 간 안보위협이 중심이고 소규모 비군사-초국가 위협이 부수인 안보현황의 실상을 주객전도시키는 왜곡이다.

이렇게 세계안보의 본질적 위협에 대한 간과와 테러 등 초국가적 위협에 대한 지나친 강조는 미국의 초국가적 개입과 선제공격 등을 정당화시킬 우려가 있다.

다섯째, 해일과 환경오염, 지구온난화 등 자연재해나 AIDS 등을 새로운 형태의 안보위협으로 간주하는 포괄적 안보 개념은 필요이상으로 안보개념을 확대하여 국가중심의 군사적 안보위협을 축소하고 희석시킨다.

포괄안보개념은 인권의 범주인 생존권(사회경제권)까지 외연을 넓혀 군사논리와 군사문화를 확산시키는 결과를 가져와 안보만능주의로 치닫게 할 위험을 안고 있다. 이는 결국 이를 바탕으로 지구촌을 무력으로 장악하려는 미국의 폭력적 세계지배를 암묵적으로 뒷받침하는 결과를 가져 올 것이다.

여섯째, 유엔의 권능을 짓밟는 미국의 패권주의, 나토의 존재나 확장, 미국의 대중국 포위·봉쇄 전략 등을 외면하면서 막연한 국제공조의 필요성만 언급하고 있다.

미국의 국방백서 대변인으로 전락한 동북아 안보관

국방백서는 21세기 지구촌에서 가장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위험성을 안고 있는 지역인 동북아의 특성과 특히 한반도의 전쟁위협 등을 의도적으로 축소하고 있다. 동북아 안보위협의 기본요인은 미국의 북한죽이기 정책과 대중국 포위봉쇄패권전략, 이에 따른 미·일동맹의 강화,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제도화, 극동지역 주둔미군의 재편과 재배치 및 통합화 등임에도 이에 대한 심층은 고사하고 표피적인 분석도 없이 사실의 왜곡과 문제점 회피로 일관하고 있다. 이 결과 미국국방백서나 미국대변인으로 전락된 느낌으로 가득하다.

첫째,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기정사실화하고 있어 대통령의 전략적 유연성 제한 기조에 완연히 어긋나는 정책기조를 띄고 있다.

“주한미군의 재배치 및 역할 조정 역시 세계전략 차원에서 추진되는 ‘해외주둔미군재배치’(GPR)의 틀 안에서 이루어질 것이다”(32). “전통적 의미의 ’고정배치 기지‘ 개념으로부터 필요한 시기와 장소에 신속하게 전개할 수 있는 ’유동배치 기지‘ 개념으로의 전환에 따라 해외주둔 미군의 전력구조와 기지체계를 재조정[하고 있으며], 주한미군도 이러한 개념 하에 재조정이 추진되고 있다. ... 미국의 세계전략 변화를 능동적으로 활용한다는 전략 개념 하에 ...한미동맹을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90).

둘째, 미국 그 자체, 강화되는 한·미동맹과 미·일동맹 등을 미국의 동북아 패권추구로 해석하지 않고 ‘동북아균형자’로 규정짓고 있어(31) 미국의 동북아패권전략을 왜곡·미화하고 있다.

미국은 21세기 미국의 패권에 도전할 잠재력을 가진 어떠한 국가나 지역의 출현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세계전략 하에 도전 잠재국으로 중국을 상정하여 대중 포위·봉쇄·전쟁불사전략을 중심으로 한 동북아패권전략을 세워 놓고 있다. 곧 발표될 미·일 신안보공동선언이 중국 포위와 대만사태 개입을 노골화하고 있고 중국겨냥 평택 미군기지와 서해안 MD벨트의 추진 등으로 대변되는 주한미군의 재편과 재조정 및 역할분담 등은 중국 봉쇄와 포위를 위한 동북아패권전략의 일환이다.

국방백서가 이러한 미국의 동북아 패권전략을 마치 동북아균형자 역할인 것처럼 왜곡하는 것은 전형적인 맹목적 대미 추종주의의 발로이고, 미국의 패권전략으로 머지않아 야기될 엄청난 한반도와 동북아 안보위협을 방기하는 것이다. 오죽했으면 노대통령이 3·8선언에서 ‘우리의 의지와 관계없이 우리 국민이 동북아시아의 분쟁에 휘말리는 일은‘ 있을 수 없으며 이는 ’어떤 경우에도 양보할 수 없는 확고한 원칙‘이라고 못 박으면서 동북아 균형자전략을 천명하지 않을 수 없었을까? 다음 항에서 좀 더 자세히 보겠지만 그야말로 이는 한반도와 우리 민족의 생존전략이다.

이러한 치명적인 안보위협을 국방백서는 오히려 “미국은 아·태지역 경제 질서의 안정을 보장하고 미국과 동맹국에 대한 직접적인 군사위협을 가할 수 있는 지역패권국의 출현을 방지하는 한편”(31)으로 기술해 안전보장 요인으로 왜곡하고 있다.

객관적으로도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이 동북아균형자가 아니라 패권자와 평화교란자임이 명확하다. 동북아세력균형론은 해양세력군인 한·미·일과 대륙세력군인 중·러·북 간에 존재하는 엄연한 힘의 압도적 불균형을 고려하지 않는 반(反) 경험적 해석이다. 해양세력군인 한·미·일의 군사비는 미국 4,000억(2004년) 달러, 일본 450~500억 달러, 한국 200억 달러로 총 4,700억 달러 수준이다. 그러나 대륙세력군인 북-중-러 연대의 군사비는 중국 300억(2005년 기준) 달러, 러시아 200~250억 달러, 북한 14~17억 달러 정도로 총 600억 달러 정도에 불과하여 전형적인 불균형을 이루고 있다. 진정한 동북아 세력균형은 동북아에서 미국이 배제되어야만 이루어질 수 있음은 이 간단한 숫자에서도 쉽사리 확인된다.

셋째, 현존 한반도와 동북아 안보위기의 본질은 미국이 그들의 국익차원에서 조장하고 왜곡하는 미국유발 북핵위기와 대만사태임에도 불구하고 북핵위기만 강조할 뿐 대만사태의 안보위협 심각성에 관한 논의 없이 ‘지역갈등요인’정도로(24) 가볍게 다루고 있다.

지난 2월 19일 미국과 일본은 ‘외교·안보장관 2+2회담’에서 대만사태에 대비해 중국을 ‘가상의 적’으로 한 포위망 전략을 공개적으로 세웠다. 이런 구도에서 주한미군 또한 평택기지이전과 같은 재편과 재배치, 전략적 유연성 제도화 등이 추구되고 있다. 이에 대해 중국은 ‘반국가분열법’으로 적극 대처하고 있다. 이 법은 대만 독립기도에 중국은 무력으로 통일을 이룰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는 ‘강 건너 불’ 구경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죽고 사는 문제와 직결된 문제다. 대만의 독립선언은 중국의 무력침공을 초래하고, 이에 대응해 미국과 일본이 개입함으로써 중국과 미국·일본 간의 전쟁으로 비화될 위험이 있다. 이때 만약 주한미군이 철군되지 않고 또 전략적 유연성이 허용된 상황이라면 이곳 남한 땅은 미국의 대중국 침략 발진기지와 대리 전쟁터가 되는 끔찍한 운명을 맞게 될 것이다.

주한미군의 슈퍼여단화와 미래형사단으로의 변환, 평택기지 이전, 전략적 유연성 제도화 등이 바로 이와 직결된 미국의 기획이다. 이런 맥락에서 노대통령의 3·8선언에서 ‘우리의 의지와 관계없이 우리 국민이 동북아시아의 분쟁에 휘말리는 일은‘ 있을 수 없으며 이는 ’어떤 경우에도 양보할 수 없는 확고한 원칙‘이라고 경고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국방백서는 이 엄청난 안보위협 요인을 지역갈등 정도로 그치고 있다.

넷째, 사실적 차원에서의 왜곡과 은폐로 미국의 안보변호인 역할을 자행하고 있다.

일본의 ‘방위비’를 러시아에 이어 세계 3위 수준으로 기술하고 있어 마치 러시아 국방비가 세계 2위인 것처럼 기술하고 있다(32). 또 부록 27 ‘세계 주요국가의 국방비 비교’는 중국 510억 달러, 러시아 508억 달러, 일본 395억 달러, 프랑스 402억 달러로 기술하고 있다. 먼저 중국과 러시아의 군사비를 500억 달러 수준으로 잡고 있는 것은 옛날 공산권의 국방비를 공식적인 발표보다 3배 정도로 임의 증액시키는 관례에서 비롯된 것으로 전혀 사실과는 다르다.

이를 잘 알면서도 수정하지 않는 것은 의도야 어쨌건 미국의 중국위협론과 대 중국 포위·봉쇄·전쟁불사 패권전략의 근거를(물론 허구지만) 우리가 제공해 주는 꼴이다.

2005년의 중국의 공식적 군사비는 300억 달러 수준이다. 또 부록 27에 의하더라도 일본의 군사비는 중국, 러시아에 이어 4위가 된다. 국방백서 내부의 서술에서도 모순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얼마나 국방부가 이런 중요한 사실의 문제를 소홀히 다루고 또 자의적으로 조정하는지를 짐작케 한다. 실제 일본의 군사비는 2위 수준이라고 보아야 한다.

또 한반도와 동북아 안보에 아주 위협적인 요소가운데 하나가 미국과 일본의 선제공격 기조다. 미국의 부시정권이 선제공격을 공식화하자 일본과 러시아가 이에 따랐고 대만까지도 이를 채택하고 있다. 단지 중국만 아직도 선제공격을 채택하지 않고 있다.

지난 3월 18일 페이스 미국방차관은 국방전략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갖고 4년마다 의회에 제출하는 '4개년 국방정책검토(QDR)'보고서에 대한 설명에서 미국은 극단주의자들이나 대량파괴무기로 무장한 적대국가들의 파국적 공격의 위협에 부딪힐 때 선제적인 군사공격을 한다는 전략을 재확인했다(<한겨레> 05.03.18).

단순한 선제공격이 아니라 북한겨냥 핵선제공격전략을 수립해 있음을 지난 5월 15일 군사전문가 윌리엄 아킨은〈워싱턴포스트〉에서 폭로한 작전계획 콘플랜 8022에서 확인됐다. 이는 9.11후 부시 지시로 미 전략사령부가 재래식과 핵공격을 혼합해 수립한 새로운 선제공격 계획으로 북한이나 이란이 직접 미사일로 미 본토를 공격하거나 임박했다는 징후에 대한 대비책이라고 한다. 브루스 칼슨 제8공군사령관은 이에 대해 “전략사령부 지시에 따라 B-2와 B-52 폭격기가 항상 비상대기하고 있다. 전 세계 어디든지 반나절 안에 공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격은 ‘임박한 위협’에 대응해 대통령 명령으로 실행된다고 한다.

이미 일본은 2003년부터 이시바 방위청 장관이 북한이 일본에 미사일을 발사하려고 할 경우 미사일 발사 장소에 대한 선제공격에 나서는 것은 위헌이 아니라고 밝혀 왔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과 일본의 대북 선제공격전략이 한반도 안보문제와 무관하다는 듯 일체의 언급이 없다. 이러고도 “외부의 군사적 위협과 침략으로부터 국가를 보위하는” 것으로 설정한 국방목표에 충실하다고 강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다섯째, 국방백서나 외교부 문서 등이 북한과 외국을 서술할 때 ‘일·북관계, 미·북관계’ 등으로 서술함으로써(32) 얼마나 맹목적 대미 추종주의와 대일 사대주의라는 반주체적이고 반민족적인 기조를 스스로 깔고 있는지를 확인케 해준다. 이는 자기를 중심에 두고 사고하지 못하는 반주체적이고 반민족적일 뿐 아니라 탈냉전 평화·통일시대로 나아가는 역사흐름에 역류하는 것이다.

세계안보관과 동북아안보관이 이러니 대북안보관이야 말할 나위도 없다. 그야말로 극단으로 치달은 것이 국방백서의 대북안보관이다.

우리와 민족의 국방백서 창출을

이제까지 맹목적 대미 추종주의와 자발적 노예주의 등으로 특징화 될 수 있는 국방백서를 냉전성역 허물기 차원에서 파헤쳐 봤다. 단적으로 우리 민족의 국방백서라기 보다 미국의 작은 국방백서가 아닌지 의구심이 덜 정도다. 탈냉전 평화·통일시대를 맞아 우리 모두는 외세 특히 미국에 의해 강제된 조국의 분단, 남북적대, 전쟁위기 등을 극복하고 자주적으로 평화와 통일의 역사를 일구어야 하는 민족사적 책무를 안고 있다.

국방외교 분야 역시 부분집합으로서 응당 이러한 민족사 행로의 건설에 함께 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숭미 노예주의와 공미 자폐주의에 감염된 고위층 대부분의 현주소로는 함께 해 촉진하기보다 오히려 민족 앞길 가로막기에 귀착될 우려가 높은 게 현실이다.

우리 사회의 전반이 새판 짜기로 나아가듯 국방외교 분야 또한 더욱더 철저한 새판 짜기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미국의 국방백서가 아닌 민족의 국방백서라는 새판 짜기가 된 국방백서를 우리 스스로 창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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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는 동국대 사회학과 교수이다.
* 이 글은, 필자가 {데일리 서프라이즈}(2005.5.22)에 기고한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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