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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가는 이야기 (10)

힙합 예수

김진호 기자 (기사입력: 2005/05/29 23:25)  

내가 가나안 혼인 잔치에서 물로 포도주를 만들었다는 소문은 사실과 달라
조촐한 혼인예식이었기에 하객들은 진수성찬을 기대하지 않았지
이름만 지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에 신랑 아버지는 소찬박주로 한 끼 날려 보내려 했거든
하지만 늘 예상을 빗나가는 게 갈비탕 그릇 수잖아
접수 창구에서 봉투하고 식권하고 맞바꾸어도 마찬가지지
배고픈 중생들이 역 앞에서 무료 급식으로 밥통에 점 하나 찍으려다가
광장을 가로질러 뛰어가는 나를 찾아내고 움푹 들어간 눈 두리번거리며 물었어
예수 선생, 점심밥 안 먹고 어디를 바쁘게 가시나
오늘 산동네 총각 처녀 혼인하는데 주례 맡았어요 했지
어, 왜 우리만 몰랐지
그저 홍어 무침에 소주 한 잔 걸치면 그만이라며 벌떼처럼 따라오더군
식장에 도착해서 둘러 보니 샌들도 신지 않은 식객들이 셀 수 없더군
신랑 아버지가 머리 수 세어보고 인상을 팍 쓰며 주방장에게 뭐라고 속닥였어
그리고 나를 부르더니 뒷간 구석으로 데리고 가 한 말 하더군
젊은 양반이 눈치도 없이 어중이떠중이 다 몰고 온다고 핀잔을 주더군
하지만 뭘 어찌 하겠어
그래서 숟가락 하나씩 더 놓고
할인마트에서 과일 소주 한 상자 사다가 칵테일 만들면 된다고 했지
하여간 아들 딸 열 둘 낳아 미역국에 밥 말아먹자고
주례사 재빨리 끝낸 다음 술판을 벌였어
신랑 신부네 친구들이 항아리의 술 다 마시고 술 더 가져오라고 법석을 떨더군
그래서 내가 주방에 가서 하얀 소주 대두병들을 항아리에 부으며
된장 주걱으로 휘이 저었지
그게 다야

보리떡 다섯 개 물고기 두 마리 이야기도 마찬가지야
내가 역 앞에서 뭘 좀 이야기하려고 하면 당국은 늘 집시법으로 몰지
그래서 유채꽃 핀 하상도로 옆 공터에서 모였어
한 쪽에서 족구 시합하는 애들 인라인스케이트 타는 애들 모두 몰려 들었지
이렇게 저렇게 어쩌구 저쩌구 돌려 가면서 세상을 바꾸자고 떠들었지
사랑과 연민 말고는 다른 대안이 없다라고 했지
산 입에 거미줄 치겠는가
부자들의 기름진 배 가리키며 편히 발 뻗고 잘 수 없을 거라고 했어
스트레스 풀기가 밧줄을 바늘 구멍에 끼는 것처럼 어렵다고도 했지
엠피 쓰리 힙합 노래 듣는 애들 가리키며 너희들이 우리의 희망이라고 힘주어 말했지
어른들은 내가 뭘 말하는지 통 감을 잡지 못하더군
그저 사교육비 많이 드는 게 큰 걱정이라고 한숨만 땅이 꺼지게 푹푹 쉬는 거야
그게 뭐야 다 욕심 아니야
제 자식 좋은 대학 보내서 떼강도 만든다는 생각에 앞뒤 꽉 막힌 꽉 보수 꼴통 사고지 뭐
하지만 애들은 내 얘기 금세 알아듣고 박수를 치면서 역시 예수 선생이 짱이라고 좋아했어
한 녀석이 좋은 영화 하나 추천해달라고 하더군
알란 파커 감독의 영화 "핑크플로이드의 더 월(벽)’이 역시 캡이라고 알려줬지.
학교 애들이 표정없이 생산 라인에 실려 가다가 믹서기에 떨어져 소시지 되는 영화잖아
나중에 아줌마 아저씨들 기운 내시라고 립써비스했어
곧 좋은 세상이 올 터이니 조금만 참으라고 했어
가진 놈은 가진 것 때문에 망하고 칼 쥔 놈은 제 칼에 망가질 거라고 말했어
알아 들었는지 못 알아들었는지 박수를 치면서 점심 먹고 합시다 하더군
그 때 어떤 애가 붕어빵 다섯 개 쥐포 두 개를 내 손에 쥐어 주더군
이 어린 애 마음 같아야 예쁜 세상이 빨리 올 거라고 했지
어른들이 염치 없어 하며 꼬불쳐 둔 먹을 거리들을 죽 내놓더군
오징어 소주 땅콩 김밥 캔맥주 사탕 초콜릿 자일리톨껌 육포 컵라면 새우깡……
같이 소주 한 잔 마시다 보니 다들 밥 생각이 없었는지 열두 봉지가 남더군
그래서 조기 축구 사물함에 넣었다가 내일 먹자고 했더니 다들 좋다고 했어
그게 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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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는 계룡중학교 선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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