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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가는 이야기 (17)

발라드 공자

김진호 기자 (기사입력: 2005/07/23 15:59)  

내가 입에 거품 물고 떠들었던 이야기들
발라드 풍으로 쿨하게 확 바꾸고 싶어
요즈음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고리타분하게 갓 쓰고
다리 꼬고 앉아 수염 쓰다듬던 옛날 이야기들
케케묵은 멸치젓 고린내 나는 논어를 아직도 중얼거리나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
수기치인(修己治人)
극기복례(克己復禮)
삼강오륜(三綱五倫)에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
조문도석사가의(朝楣夕死可矣)
학이시습지불역열호(學而時習之不亦說乎)라
뭐 이런 뼈다귀들 잡고 탱자탱자 해 봐야
사실 건질 것 하나도 없는 거 알아
껍질 속에 숨은 알맹이를 찾지 못하면 다 꽝이지

어질어질 수 만 갈래 얽히고 꼬인 춘추 전국 시대
비 맞은 개처럼 떠돌던 방랑 시절이었어
몇 년 칼 잡지 않으면 몸이 근질거려 살 수 없던 제후들
핏발 선 땅 따먹기 시절에
나는 싸우지 않고 살 방법이 없을까 하고
쉴 새 없이 짱구를 굴렸어
요즈음에는 좋은 책들 쏟아져 나오더군
난 대나무 쪼개서 글 쓰고 가죽끈으로 엮은 책 읽었지
그 끈이 세 번 끊어진 건 천하가 다 알잖아
공구는 짱구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
머리 빡빡 밀고 핏대 올리는 도올 김용옥의 논어
뭐 이런 책들이 눈에 띄더구만
한 마디로 내가 아직도 시퍼렇게 살아 있다는 걸 알리는 책들이지 뭐

이러거나 저러거나 젊은 날에 나는 꿈을 꾸었어
사이좋게 살 방법이 없을까
아시아의 생산 양식이 하루 아침에 바뀌지 않을 것은
삼척 동자도 다 아는 법
유연한 통치 기술 펼쳐 우매한 백성 교화시키자
기호 0번 무소속 공자
여러 차례 여러 나라에서 출마했지만 쓴 잔 마셨어
제후들 여러 입으로 한 소리했어
공구 나빠요
공자 나빠요
뭡니까 이게
인(仁)으로 나라를 다스린다는 게 말이 되냐구요
수기치인이라 말이야 쉽지
내 몸 수양한 다음 아래 것들 교화시키라는 거 아냐
창칼을 목에 들이대도 세금 한 푼 걷기 어려운 세상에
공자 놈이 날아가는 황소 거시기를 보았나
자다가 시동생 넓적 다리 긁는 소리라며
콧방귀 풍풍 뀌고 날 떠밀더군
마당에 차려놓은 삼겹살에 소주 한 잔 치고 가셔

그래도 내 목에 칼을 대지는 않았어
국가보안법으로 날 가두지는 않았다는 말씀
제도를 바꾸고 제후를 갈아치우자
세상을 흔들어 뒤집자라고 했으면
내 목숨은 파리 목숨
내 나이 일흔 살에 종심소욕불유구(從心所欲不踰矩)라
마음 내키는 대로 아무 거나 해도 규범에 어긋나는 것이 없었다
이만하면 감 잡았지?
지배자들 비위 건드리지 않아야 오래 살 수 있다는 뜻이지
딱 부러지게 말하자면 공자는 혁명가가 아니란 말이기도 해

하지만 내게도 비장의 카드가 한 장 있었어
모든 사람이 어질 인(仁) 한 글자 마음에 새기며 살자는 거였어
서로 사랑하자는 말이지
제후들이 눈알 부라리며 따졌어
공자 선생, 아래 것들은 사랑으로 다스릴 수 없어
씨가 안 먹히거든
그저 패야 말을 들어
내가 따둑따둑 토닥거리며 말했지
그러니까 예의를 가르치면 그런 걱정거리가 한 방에 해결된다는 거 아닙니까

부자유친, 어버이와 자식 간에 친근함 있으니 가부장 말에 절대 복종
군신유의, 신하는 임금에게 배신 때리지 말고
부부유별, 암탉이 울면 집안 망하니 바깥 일과 집안 일 분명히 나누고
장유유서, 찬 물도 위 아래 있으니 어린 놈이 나잇살 먹은 어른에게 대들지 말며
붕우유신, 친구 만나면 서로 씹지 말라

어렵다구?
물론 어려운 일이지
하지만 첫 술에 배부르리
욕심이 하늘을 찌르는 세상이니까
그 욕심 이겨 바른 버릇으로 길들이려면
끊임 없는 자기 수양으로 수기(修己)
백성을 인(仁)으로 잘 교화(敎化)하는 치인(治人)이 필요하지

버릇 없이 보지도 말며 -(비례물시,非禮勿視)
버릇 없이 듣지도 말며 -(비례물청,非禮勿聽)
버릇 없이 말하지도 말며 -(비례물언,非禮勿言)
버릇 없이 한 발짝도 움직이지 말라 -(비례물동,非禮勿動)

이 걸 날마다 외우게 하는 거야
한 걸음씩 한 걸음씩 날마다 걷게 하는 거야
그러면서 성인(聖人)의 경지에까지 오르게 하는 거지
성인 군자까지야 가지 못한다 하더라도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는 밑 그림이라도 그릴 수는 있지
정말 쿨한 철학이잖아

노자(老子)는 이런 나를 비웃었지
내 모양이 썩은 시체 파먹으며 날아다니는 까마귀 닮았다는 거야
그 위인은 도서관 일 좀 하다가 견디지 못하고 숲으로 도망치고서
무위자연(無爲自然), 억지로 되는 것 없다
힘 빼면 다 잘 될 거다
그런 게 바로 놀면서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자는 심보 아니겠어
부지런히 다리 품 팔아 현실을 개혁하려는 나의 노고
봉건 질서를 깨뜨리지 않고 마음 바탕 고치는
실용주의 교육 철학을 비웃다니

물론 난 정치에 실패했어
하지만 나를 졸졸 따라다니며 내 말을 공책에 옮겨 적은 후학들을 보라구
조선의 국시(國是)로 내 생각 우려먹은 꼴을 보라구
잃은 것은 정치요 얻은 것은 교육이야
아 그 때 그 제자들이 보고 싶어
귀를 쫑긋 세우고 가르침을 구하던 학생들이 보고 싶어
호기심으로 가득 찬 아해들이 보고 싶어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진지하게 일러바치던 녀석들에게
큰 가르침을 준 나의 위대한 전성기가 있었어
보고 싶다 보고 싶다
죽을 만큼 보고 싶다

얼마 전 고등학교 자율학습 시간에 장학 지도를 갔었지
도덕 시간에 삼강오륜을 줄줄 외고 있더군
내가 언제 저런 말을 했는지 내 기억에조차 가물가물한데
총명하게 내 말귀 우려먹는 백면서생들과 학생들 보며 무척 흐뭇했어
애들이 저녁도 제대로 먹지 못하면서
밤 열 한 시까지 창살 없는 교실에서 극기(克己)
선생 시키는 대로 꾸벅꾸벅 복례(復禮)
학생은 수기(修己)하고 선생은 치인(治人)하더라
누렇게 얼굴 뜬 학생들이 맘에 들지 않는 선생들에게 이빨 갈며
멱살을 잡고 한 바탕 드잡이를 하고 싶어도
교실 밖으로 고무공처럼 튀어 나가고 싶어도
삼인행필유사(三人行必有師)라
셋이 걸어가면 그 안에 반드시 선생이 있지 않은가
꾹 참고 다시 제 자리로 눌러 앉는 인내와 성찰
자나 깨나 핸드폰 문자 때리는 성실(誠實)
그래 열심히 문행충신(文行忠信)에 힘쓰고
예의와 염치의 도를 배우렴
모두 성인 군자가 될 것을 결코 의심하지 않아

아 나도 공구당(黨)이나 짱구당(黨)하나 만들어서
지역구로라도 출마하고 싶다
이런 분위기 타고 로또복권처럼 뜨면 신나겠어
옛날 노나라 때 정치 생각하면 머리가 띵띵 아프긴 해
그 때 일은 죽을 만큼 잊고 싶어
정말 이러면 안되지만
뜨고 싶다 뜨고 싶다
촛불 시위 분위기 타고
산뜻하게 뜨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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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는 계룡중학교 도덕 선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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