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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의 경제학

『한국적 경제학』의 새로운 시각

주종환 기자 (기사입력: 2005/10/24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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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저서 『한국적 경제학 : 시론적 전개』제5장의 제목은 ‘경제학에 있어서 인간의 문제’라고 되어 있다. 필자는 이 글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

"마르크스의 ‘자본론’도 상품의 분석으로부터 시작한 데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시장경제체제에 있어서의 ‘경제인’을 출발점으로 하고 있다. 다만 그에 있어서는 인간 소외의 문제와 인간의 경제행위의 사회성과 역사성의 문제가 특별히 강조되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이론들과 명백하게 구분된다....
인간은 주류경제학에서 가설로 내세워지고 있는 ‘경제인’에서 보는 바와 같은 피도 눈물도 없는 경제적 동물일 수는 없다....오늘의 ‘경제인’이 만일에 자기의 경제행위에 대한 사회성을 저버리고 자기와 자기의 가족들만의 주관적 만족감의 극대화와 이윤추구의 극대화만을 추구한다면 사회는 결코 이를 용납하지 않고 모리배나 수전노라는 낙인을 찍어 비난과 규탄을 서슴지 않을 것이다.”

필자가 왜 장황하게 그 전에 했던 말을 인용하느냐 하면, 여기에서 강조되어 있는 ‘인간중심사상’ 또는 ‘인간중심의 경제학’의 체계가 이 땅에 아직도 제대로 수립되지 못했기 때문에 여러 가지 문제들이 연달아 속출하고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맑스의 『자본론』은 자본주의사회에 이르러 상품-화폐경제가 극도로 발전했지만, 그 이전의 사회에서는 공동체가 인간의 기본적 사회생활단위였다고 지적한 바 있다. 맑스의 이런 견해는 그 추종자들로 이어져, 그 가운데 일부는 자존주의사회의 모순의 근원이 상품의 교환과 시장경제에 있다고 보고, 상품경제의 극복과 나아가서는 화폐 그 자체의 폐지 없이는 자본주의사회의 모순을 극복할 수 없다는 주장으로까지 이어졌다. 이들은 자본주의의 모순을 극복한 다음에 오는 이상사회인 공산주의사회에 있어서는 화폐가 필요 없게 되고, “능력에 따라 노동하고 필요에 따라 분배받는 사회”에서 살게 된다는 것이 맑스 이론을 추종해 온 공산주의자들의 꿈으로 제시되는 경우도 있었다. 이와 같은 견해는 인간이 상품-화폐경제 없이도 살 수 있다고 봄으로써, 화폐경제는 인간의 본질적 속성과 배치되는 것이고 화폐경제를 폐지해야만 인간성의 복원이 이룩된다고 보는 것이다.

인간은 ‘공동체’를 기반으로 하여 비로소 존립할 수 있으며, 공동체를 떠나서는 존립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옳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오늘날 자본주의사회의 기본 계급인 자본가계급과 노동자계급 사이의 계급대립도 ‘자본가 공동체’와 ‘노동자 공동체’ 사이의 계급대립이라는 관점에서 재정립해 볼 수도 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며, 사회 내지 공동체를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는 본질을 갖고 있다. 고립된 개인이란 실제로 존재할 수 없고 반듯이 어떤 공동체에 소속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신고전학파 이론에서는 사유재산제도가 절대적이고 개인이 마치 독자적 독립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것 같이 가정하고 있다. 이 점에 이 이론의 비현실성이 잘 나타나고 있다. 또한 맑스의 경제학 체계도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이 전사회적으로 지배하고 있다는 가정 아래서 완전경쟁을 전제로 한 시장가격형성의 원리를 탐구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신고전학파와 맞닿는 면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현실의 경제는 가족공동체, 계급공동체, 지역공동체, 민족공동체 등 각종 공동체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 그것을 무시할 경우에는 공동체에 의한 제제를 받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우리 경제의 현실이다. 이런 점들을 맑스의 경제학이나 신고전학파의 경제학은 제대로 그 이론 틀 속에 포섭해 내지 못하고 있다.

그러한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그러한 추상적 이론의 굴레를 벗어던지고, 보다 구체적인 인간의 역사적 존재양식에 비추어 본 그 본질적 특성에 관한 통찰을 전제로 한 새로운 이론체계의 수립이 절실히 요청된다. 그리고 인간은 유구한 역사를 통하여 공동체 속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이 새로운 이론은 공동체를 출발점으로 하고 공동체를 종착점으로 한 경제학 체계의 수립에 의해서만 가능하게 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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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는 동국대학교 명예교수/ 한국사회경제학회 명예회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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