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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PT를 넘어 핵무기 철폐를 향한 먼 길 (1)

암트랙 열차 안에서; 4월 28일

김승국 (기사입력: 2010/04/29 21:53)  

2010년 5월 3일부터 열리는 NPT(핵무기 확산 금지조약) 관련 국가 간 회의에 ‘핵무기 철폐’의 압력을 넣기 위해 전 세계의 반핵평화 운동가들이 뉴욕에 모여 4월말부터 5월초에 걸쳐 ‘NPT 대회(NPT 관련 국제회의ㆍ집회 등)’를 개최한다. 필자는 NPT 대회에 동참하기 위해 멀고도 먼 나라 미국의 뉴욕을 향하여 에돌아가고 있다. 경제적인 여유가 없어서 시카고까지 가는 비행기를 타고 간 뒤 시카고에서 뉴욕까지 20시간가량 소요되는 ‘암트랙(Amtrak)’을 타고 가는 중이다.

인류 평화의 필수적인 과정인 핵무기 철폐를 이루기 위해서는 먼 길을 달려야한다. 오바마 대통령처럼 단순하게 핵 없는 세상을 바란다면 굳이 먼 길을 갈 필요가 없다. 오바마 처럼 ‘핵무기 사용을 제한하는 핵 없는 세상’이 아닌 ‘핵무기가 지구상에서 완전히 사라지는 핵철폐의 세상’을 원하기 때문에, 멀고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가야한다.

필자와 오바마 대통령은 동일하게 핵무기 없는 세상을 원한다. 그런데 오바마는 핵무기 철폐를 언급하지 않고, 핵무기의 제한적인 사용을 말하며 러시아와 전략무기 제한협정을 새로 맺었다.(START 조약의 후속조치) 오바마 정부는 강대국 중심의 NPT 체제를 고수하는 가운데, 핵억제 정책도 지속할 것이다. 시대착오적인 핵무기 과잉사용은 자제하지만, 핵무기의 철폐를 주장하지 않는 오바마 정부가 내놓은 각종 핵정책이 한계를 드러내면서, 북한 핵문제의 근원적 해결을 어렵게 하고 있다. 북한에 대한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언급한 NPR(핵태세 수정 보고)이 그렇고, NPR과 관련이 있는 QDR(4년 주기의 안보전략)이 그렇다.

물론 오바마 정권이 들어선 뒤 달라진 점도 있다. 크게 보면 부시 정권과 다르지 않지만 미세하게 보면 부시 정권과 달리 평화를 향한 작은 걸음들을 내딛고 있다. 작은 걸음으로는 핵무기 철폐를 할 수 없음이 명백하므로, 핵무기 철폐를 향한 커다란 걸음을 걸으라는 국제적인 압력이 요청된다. 오바마 정권이 핵무기 철폐의 큰 길(大道)로 들어서라고 주창하는 역할은 국제 평화운동 진영의 커다란 과제이며 이번 NPT 대회의 숙제이기도 하다.

이러한 숙제를 풀기위해 뉴욕에 가는 필자 역시 오마바 정권이 갇혀 있는 NPT의 틀을 넘어 핵무기 철폐의 큰 문(大門)으로 들어서라고 강력하게 요구하고자 한다. 이런 취지에서 ‘NPT를 넘어 핵무기 철폐를 향한 먼 길’이라는 제목의 NPT 대회 참가기를 연재한다. 멀지만 반드시 가야할 ‘핵무기 철폐를 향한 길’을 함께 걷자고 세상 사람들에게 제안하며, 첫 번째 연재물을 싣는다. 이 연재물은 NPT 대회에 참가하는 날짜순으로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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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연재물; 암트랙 열차 안에서

필자는 NPT 대회를 취재하는 장비(캠코더 촬영장비ㆍ노트북 등) 등이 들어 있는 괴나리봇짐 3개를 둘러메고, 4월 27일 밤 9시30분에 시카고의 유니온(Union) 역에서 암트랙에 승차했다. 그리고 비몽사몽간에 열차 안에서 잠을 청했으나 잠깐 쪽잠을 자고 눈을 떠보니 4월 28일 새벽 5시. 눈 뜨자마자 노트북을 꺼내 차창을 통해 보이는 대로 두서없이 이 글을 쓰고 있다.

1. ‘암트랙’이란?

그럼 암트랙이 무엇인지부터 설명한다. {위키토피아}에서 ‘Amtrak’을 검색하면 아래의 글이 뜬다;
“전미 여객 철도공사(National Railroad Passenger Corporation, 이하 줄여서 암트랙(Amtrak)은 미국전역에 여객철도 운송업을 하는 준공영기업이다. 1971년 5월 1일에 설립되었으며 암트랙이라는 낱말은 American과 track의 합성어이다. 1971년 이전에 항공기의 등장과 자가용의 보급으로 사양세가 되어가던 여객철도 영업을 국가가 책임지게 시작한 것이 창립원인이다. 회사본부는 워싱턴 DC에 있다. 최근에는 국제유가 상승에 힘입어 몇 년 이래 연간 여객 수송량 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북동 코리더 등 일부노선을 제외하면 여객수송을 담당하는 비율은 상당히 적은 편이다. 또한 북동지역을 제외하고는 여러 화물열차의 노선을 이용하기 때문에 화물열차와의 교행시 상당시간의 지연이 발생하는 것이 문제시 되고 있다.”

암트랙의 겉 모습

암트랙(Amtrak)을 내 방식으로 설명하면, 초등학교 다닐 때 교과서에 나오는 미국 대륙횡단이다. 어린 시절에 이 열차를 타고 시베리아를 여행하는 게 꿈이었는데, 세파에 찌들다 보니 대륙횡단 열차를 타고 싶어 하던 동심도 잊고 살았다. 그런데 오랜만에 어렸을 적에 타고 싶어 했던 대륙횡단 열차인 암트랙을 탔다. 또 하나 어린 시절 자주 부르던 노래 “바나나는 길어 길으면 기차 기차는 빨라...”는 암트랙 같이 수십 개의 차량을 매달고 빨리 달리는 대륙횡단 철도를 말했던 것 같다. 수십 개의 차량이 굽은 철길을 휘어져 달릴 때의 모습이 꼭 바나나를 닮았다.

2. 암트랙을 선택한 이유; 경비절약+역마살

뉴욕을 왕복하는 대한항공ㆍ아시아나 항공사의 직항편이 너무 비싸서 뉴욕행 저가 항공사 찾았으나 실패했다. 중간에 경유하는 항공편도 마땅한 것이 없었다. 그래서 일단 시카고에 까지 왕복하는 표(물론 중간에 환승함)를 구했다. 시카고에서 만날 사람도 있고 해서...
그런데 시카고에서 뉴욕까지 가는 방법이 문제. 그래서 시카고~뉴욕행 암트랙을 선택했다.
본래는 미국의 태평양 연안의 도시(로스앤젤레스ㆍ샌프란시스코ㆍ시애틀)까지 비행기를 타고 간 뒤, 그 곳에서 암트랙을 타고 뉴욕까지 갈 생각했으나(6일 정도 소요된다고 함), 암트랙 한국 지사의 직원이 “그 나이에 너무 무리한 일을 하지 말라”고 말렸다. 보아하니 초로(初老)의 노인층에 들어선 것 같은데 ‘당신이 체력적으로 감당 못한다’는 표정이었다. 그래도 “내가 역마살이 끼어서 이런 짓을 저지른다”며 결행할 의지를 비쳤다. 그러자 그 직원이 태평양 연안에서 뉴욕까지 동일한 열차를 타고 가는 게 아니라 중간에 여러 번 갈아타야하는데, 연결이 끊겨 적막한 시골역 같은 데에서 하룻밤을 자야하는 상황에 부닥칠지 모른다고 겁(?)을 주어, 그러한 모험은 하지 않기로 자제했다. 자제한 끝에 ‘열차 안에서 단 하룻밤 자는’ 시카고~뉴욕 왕복 암트랙을 선택했다.

3. 암트랙의 이모저모

4월 27일 밤 9시 30분 시카고의 유니온 역을 떠나 뉴욕으로 달리는 열차 노선의 이름은 ‘Lake Shore Limited’이다(시카고 주변의 큰 호수 주변을 도는 열차이어서 'Lake Shore'라는 이름을 붙인 듯). 4월 28일 오후 6시 30분경 뉴욕의 펜 역(Penn Station) 도착하며 요금은 편도 84달러.

Lake Shore Limited의 암트랙 열차가 정차하는 역의 이름은 다음과 같다; Chicago~South Bend~Elkhart~ Waterloo~Bryan~Toledo~Sandusky~Elyria~Cleveland~Erie~Buffalo Depew~Rochester~Utica~Scenectady~Albany Rensselaer~Croton Harmon~New York

암트랙은 승객들의 행선지 구간별로 열차가 편성되어 있다. 필자는 뉴욕이 종점인 사람들이 타는 차량에 승차. 한밤중에 이름도 모르는 한적한 역에 1~2시간 만에 정차함. 어떤 역에서는 30분 이상 정차하기도. 한국의 무궁화 열차 정도의 속도로 달리나 중간의 정거장에서 오랫동안 정차할 때가 많음. 달릴 때는 특급열차 같으나 오래 정차할 때는 기약 없는 완행열차임. 미국이 자동차 사회이어서 철도가 푸대접 받는 듯. 철도로 사람을 실어 나르지 않고, 주로 화물을 실어 나름. 근거리간 이동하는 열차도 없으며, 큰 도시의 경우 도심과 근교를 잇는 통근ㆍ통학 열차는 있음. 최근 미국의 경제난으로 철도의 부활, 철도의 경제적 부가가치를 높이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함.

차량 내부

대륙 간 횡단용 열차이어서 그런지 아주 견고하게 만들어짐. 의자도 푹신하고 안락함. 덩치 큰 미국인용인 탓인지 의자간 간격도 넓어 자유롭게 몸을 이동할 수 있음. 화장실도 넓고 깨끗함. 차량내의 선풍기로 신선한 공기가 계속 주입됨. 내부 시설이 한국의 새마을 열차 보다 나은 듯. 새마을 열차나 KTX처럼 텔레비전 시청이나 뉴스 전광판이 없으나, 없는 게 더 좋다. TV 브라운관이나 뉴스 전광판에 시선을 빼앗기면 차창 밖의 정경을 즐길 수 없기 때문에...그렇지만 차 안에서 얼마든지 인터넷을 즐길 수 있음. 차창유리 밑에 전기 코드가 있어서 전원을 노트북에 연결하면(플러그에 ‘돼지 코’라는 것을 끼워 넣어야 전원이 연결됨) 컴퓨터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음. 다른 승객들이 무선 인터넷을 즐기고 있어서 나도 흉내를 냈으나 연결이 안 되어 인터엣 사용은 포기함.

전원(왼쪽의 유리창 밑)과 연결된 노트북

좌석에서 노트북을 사용중인 필자


평일이어서 그런지 승객은 적었으나, 대부분의 승객들은 서민인 듯. 뉴욕에 가는 비행기를 탈 경제적인 여유가 없는 중산층의 미국시민들인 듯. 아예 최하층이면 장거리 여행을 생각도 하지 못하므로, 최하층보다는 상위의 계층사람들인 듯. 열차 안에서 잠을 자니 호텔비를 아낄 수 있어 서민들이 애용할지도 모른다. 이들 서민형 승객들은 자기 좌석에 앉자마자 잠을 청하는 바람에 이들과 대화하는 것은 엄두도 못낼 일. 왁자지껄한 야간열차의 분위기를 예상했는데...예상 밖으로 조용한 분위기. 열차 달리는 소리와 승객들의 코 고는 소리가 들려서 그나마 적막강산을 모면함.

새우잠을 자고 있는 필자

나도 다른 승객들처럼 밤늦게 잠을 청했으나. 시차 병(?)에 걸린 듯 잠이 오지 않아 고생함. 올해 1월 달에 미국에 왔을 때도 시차 때문에 불면의 밤을 지새웠는데, 그런 악몽이 재현한 듯. 그래도 악을 쓰고 눈을 감고 잠을 자려고 했으나 비몽사몽간에 한 두 차례 눈 붙이는 정도로 끝냄(2시간 정도 잠을 잤나...) 잠자는 요령도 터득하여 맨 처음엔 의자에 누운 채 자려고 했는데...옆의 승객들을 보니 아예 누워 자더라...그래서 나도 누워서 자려는데...두개의 의자를 잠자리로 이용하려니 잘 안됨...이리저리 궁리하며 새우잠 자듯 의자 위에서 달팽이처럼 구부리고 잠을 잤다. 그래도 비행기보다는 양반임. 비행기에서는 꼼짝없이 앉은 채로 날을 세웠으니까. 새우잠이지만 몸을 마음대로 움직이며 잠을 잘 수 있으니... 앉은 채로 잠자는 것과 아주 불편한 새우잠 사이에도 차이가 있음을 실감함. 집안에서 이불 깔고 ‘큰 태(太)’자로 느긋하게 자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삶인지 뼈저리게 느낌.

다른 승객의 잠자는 모습

4. 차창을 통해 본 들판; 4월 28일

주로 농촌이 보이고 농촌 사이를 연결하는 중소도시가 보임. 사람은 보이지 않고 간혹 자동차 달리는 것만 보임. 도로가 사통팔달로 나 있지만 차가 달리는 모습을 거의 보이지 않음. 이른 아침이어서 그럴까? 철도 주변에는 조그마한 공장도 있음. 밭과 집을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이 숲임. 키가 10~15미터 정도 되는 나무들이 숲을 이룸. 나뭇잎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키가 커서 날씬한 몸매의 나무들이 즐비함.

시간대 별로 정리함

1) 아침 6시경

사람 사는 집이 거의 보이지 않는 대평원지대를 달리는 듯. 평원을 계속 달리므로, 하루 종일 달려도 산이 나타나지 않음. 따라서 터널도 없음. 기차가 거의 일직선으로 달리다가 가끔 굽으며 달린다. 철도 길 주변에는 그나마 집들이 들어서 있는 모습이 가끔 보임. 철도는 복선임. 지나는 마을마다 모습이 거의 비슷하여 단조로운 풍경임.

2) 아침 7시 30분

중소도시가 있는 역에서 잠시 정차. 미국의 전형적인 시골풍경. 비교적 큰 규모의 집들이 드문드문 떨어져 있음. 촌락이라기보다 적당한 거리로 집들이 떨어져 있는 마을 풍경. 그렇지만 역주변은 사람들이 비교적 몰려 살기 때문에 집간의 간격이 좁음. 한국의 전원주택 같은 모습의 집들이 많이 보임.(그 집들이 은행 빚은 내서 산 집인지 알 수 없지만...) 집집마다 승용차가 1~3대가 있음.

3) 아침 8시~9시

예쁜 마을이 나오고 집 주변의 밭에 작물이 심겨져 있음. 드넓은 밭에 외딴 집 한 채가 서있음. 멀리 마을 건너편에 큰 호수가 보이고...

아침 8시인데도 밭에 경작하러 나온 사람은 하나도 보이지 않음.
인구 약 1천 명 정도의 소도시 중앙에 성조기 나부끼는 건물이 보임. 행정관청일까? 행정관청이 아닌 일반주택도 성조기를 게양함. 성조기 비슷한 문양의 장식을 한 집도 더러 보임. 입구에 커다란 성조기를 매단 편의점도 보임. 미국인의 애국심을 엿볼 수 있는 장면. 풍력발전기도 보임.
교회의 첨탑이 여러 개 보이는 도시를 지나감.

4) 9시~10시

9시경에 뉴욕 주의 Buffalo역에서 열차가 멈춤. 조금 지난 뒤 갑자기 차량 안으로 여성 경찰이 나타나, 여권을 보자고...내 앞에 앉아 있던 스페인 국적의 흑인이 대답을 제대로 못하자, 경찰이 열차에서 내리라고 하면서 데리고 가다. Buffalo역에 주 경찰부대가 주둔하고 있는 듯.

나무숲에 물이 잔뜩 고여 있는 늪지대를 지나자 약간 올라가는 구릉지대가 나타남. 농가 주변에 목초지가 많이 나타남. 농가마다 소유하고 있는 경작지가 한국의 농가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넒음. 그래서 미국의 농촌이 부유한 듯. 캠핑차가 주차중인 집이 가끔 있는 걸 보면, 농촌에 경제적인 여유가 상당히 있는 듯. 미국의 농민들은 자연의 혜택을 많이 받고 있는 듯.

5) 오후 2시
야트막한 산들이 한참동안 나타났다가 사라짐.
6) 오후 3시 30분 Albany-Rensselaer역 도착. 승객들이 좀 많다.
7) 오후 4시 30분
열차 오른쪽에 폭 3~4백 미터의 허드슨(Hudson) 강이 산록지대를 끼고 유유히 흐르고 있음. 강변의 숲 속에 있는 예쁜 집들이 드문드문 보임. 멋진 풍광을 자아냄. 조금 지나니 왼편에 넓은 습지가 나타남. 강을 가로지르는 커다란 철교가 있음.
8) 오후 6시 Croton-Harmon역에 도착
'Metro-North Railroad'라는 교외선 열차가 달리는 것 보니 대도시(뉴욕)가 가까이 있는 듯. Tarry-Town역에 오니, 역 주변이 시골 분위기에서 벗어나 도회지의 냄새가 나기 시작함.
9) 오후 6시 40분, 종점인 뉴욕의 펜(Penn) 역에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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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는 평화 활동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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